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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   2022.01.18
[조영남컬렉션①] '역설적인 재미' 그린 화투 시리즈 대표작 '극동에서 온 꽃'

      조영남 작가의 '극동에서 온 꽃'은 화투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작 시리즈이다. (사진=아산갤러리 제공)
 
조영남의 작품은 창작을 기반에 두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에 있는 것을 오마쥬 했거나 패러디해 재미, 우정, 애국, 애향, 추억, 존경 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담아 시리즈화하고 있다. 특히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상품이나 사람 등을 주제로 하기에 팝아트의 요소를 지녔다고 본다. 그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재미의 상징, 화투 시리즈를 우선 소개할까 한다.
작가는 "화투는 누구나 좋아하고 즐겨 찾지만, 벽에 걸어두고 볼만한 물건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왜 화투를 그리는가 하는 질문에는 "미술에는 모순과 충돌이 주제가 되기도 하고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큰 요소가 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 작가는 수없이 반복된 질문을 받아오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예를 들며 설명해 왔지만 변하지 않는 요점은 '패러독스(paradox)'에 대한 이야기다. 화투는 작가에게 재미에 대한 기호이자 인생사에 걸친 희노애락의 표현 요소이기도 하다.
사람이 죽어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는 와중에도 구석진 한켠에서는 화투판이 벌어져 웃고 떠들며, 밤이 깊어 문상객이 뜸해지면 상주도 어깨 너머로 "똥먹어라, 피먹어라"하면서 슬픔을 잊고 함께 웃는다. 모두가 축하할 잔치집에서도 어김없이 화투판은 벌어져 "그걸 먹었네, 쌌네"하면서 다투다가 기어코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 걸 보면 화투는 단순한 놀이이기 이전에 분명한 목적이자 개성의 표출이다. 그러면서도 왜 화투를 치는가 하고 물어보면 "재미있어서"라고 답한다. 이것이 작가가 표현하는 패러독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을 가장 싫어하는 민족이면서도 일본에서 들여온 화투는 가장 즐겨하는 민족에 대한 패러독스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하는 '극동에서 온 꽃'은 화투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다. 작가는 외국 생활을 할 때 한국인들의 모이면 어김없이 화투를 치며 노는 것을 보고 오묘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들여온 놀이기구지만 화투에서 마치 고향의 향수를 느끼며 즐거워하고, 또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에서 화투치기를 통해 동족애를 느끼게 만드는 매우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경험하게 된 셈이다.
김수열 아산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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