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화가 오경덕 평면설치전

김제영 / 소설가, 미술칼럼니스트

   문화 산업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고로 ‘기업이 예술인을 육성해야 한다라는 취지에서 발족한 메세나운동에 예술인들이 한 때 환호 했었다. 그러나 이 운동에 앞장섰던 동아건설이 파산함으로서 메세나둔동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또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윤리의 캐치프레이즈로 등장한 재벌의 미술관이나 아트센터는 免稅혜택으로 나날이 으리으리 번창일로이지만 무명의 예술인들에게는 은하계만큼 아득한 느낌이다. 작품성보다는 명품과 명성이 재벌들의 컬렉션 기준이기 때문이다.

강자의 군림 지구모양은 황토, 인형(사람)은 지푸라기 - 강대국의 횡포를 표현

과거 현재 미래  유화 60호
태초에 우리 인간의 삶과 현재의 우리민족과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미래에는 좀 도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표현

   충남 아산시 배방면 북수리 텔 빌딩 4층(041-531-7470)에 위치한 아산갤러리에서 ‘지푸라기 작가 오경덕 특별전(2006.11.20-12. 5)이 개최되었다. 오경덕은 아산갤러리의 전속작가이기도 하다.

   실리 쫓기에 급급하여 미래가 촉망되는 신예작가 발굴보다는 세상에 이미 알려진 이름값을 collect 전시하는 재벌문화재단의 취향과는 전혀 방향을 달리하는 아산갤러리의 김수열관장과 그가 발굴한 작가 오경덕과의 만남은 나로하여금 2006년을 마감하는 병술년의 노을빛이 그지없이 찬란하게 느껴지게했다.

   아산갤러리 김수열관장은 내게 토로했다. “미술계의 원로교수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작품은 정성이 들어가야한다. 지푸라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한 아이디어라 보겠지만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서 대충 그려서는 안된다. 그림은 금방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더 이상 손댈 것이 없을 때 비로소 그림은 완

성되는 것이다.라고... 물론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완성이라기보다는 오케스트라에서의 유니즌 주법과 다를바 없습니다.  순간 또는 찰나의 감흥이나 번개같이 스치는 아이디어를 일필휘지로 형상화 할 수 있다면 그게 천재가 아니겠습니까? 누구나 흉내낼 수 있는게 아닙니다. 오랜세월 붓과 더불어 축척된 테크닉의 연마가 따라야 합니다. 오경덕의 작품에 흠뻑 빠지게 된 연유입니다. 그의 작품은 순수합니다. 장황한 논리나 잡스러운 욕망이 끼어들 틈이 없이 순간순간에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원로작가가 지적했듯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예술은 정성보다는 끼가 있어야 합니다. 오경덕은 끼가 발동하면 즉흥적으로 작품을 완성합니다. 그래서 오경덕은 다작의 작가입니다. 내게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그의 작품을 현재 100여점 밖에 소장하고 있지 못합니다.” 외모가 수수한 사나이인데 관장이 여간 멋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갤러리의 김관장은 본 직업은 건축가였단다. 전재산을 투자하여 갤러리 아산을 개관한 지 3년째란다.

공간 지푸라기 유화 8호
동그라미 안에 우리 마음이 있드시 넓은 우주 공간에 무한한 에너지가 잠재 되여 있는것을 표현

아산의 강희복 시장은 문화 창달에 각별히 정력적이었다. 투명한 지식으로 작품을 평가하여 유능한 예술인을 발굴할 줄 아는 아산갤러리와 아산시가 마음을 모은다면 부존적 자연자원 (온천 역사의 유적지 등) 이 풍족한 관광사업과 문화사업의 계발로 청정한 도시미의 이상을 구현 할수 있지 않을까.

   강희복 시장이 연기군에 재직 당시의 혁혁한 행적 역량이 떠 올라 한마디 보태었다.

   내가 오경덕의 예술과 처음 만난곳은 연기군에서 개최된 한·중국제교류전 개막전 행사에서였다. 100호 캔버스에 군데군데 묽게 탄 황토를 듬뿍듬뿍 쏟아 놓는다. 그리고는 그야말로 일필휘지 반 추상적 형태의 인간 군상을 그려 놓았다. 충격이었다.

봉황 지푸라기, 유화 20호  
상상의 새로 알려져 있는 봉황, 어쩌면 우리민족이 안고 있는 문제도 그럴런지 아니면 봉화이 힘차게 날아 가듯이 우리 민족이 다시금 힘을 얻어 무한히 뻗어나아 가려는 모습을 표현

귀로 지푸라기, 황토, 왕겨 10호
농부가 일을 마치고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에서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지푸라기와 왕겨로 표현

고향   캔버스, 지푸라기, 유화 20호
어릴적에 뛰어놀던 풍광들을 어른이 되여 다시 찾은 고향에 찾아 갔으나 어린시절 모습은 사라지고 모든것이 변해있는 모습을표현

   거침없는 운필의 속도감과 작가로서의 만만치 않은 자신감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캔버스에서 금새 그 인간군상들이 튀어나올 듯 생명감이 약동을 했다. “너 한 대 맛 볼래? 우리끼리 잘 살겠다는데 네 놈들이 무슨 간섭이냐? 간섭이...” 냅다 펀치를 날릴 기세로 돌격하는 분노의 써페이스는 전쟁광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지 않은가. 분단의 고통에 짓이겨진 인간의 처참한 몰골 역시 리얼리티의 극치이다. 한국의 역사와 현대사 국제사회의 흐름을 파악하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는 평면화 현장 퍼포먼스였다. 간결하면서도 주제가 확실하고 솜씨가 탁월한 오경덕에게 나는 완전히 매료되어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개막식전 행사에서 보여준 오경덕의 퍼포먼스로 그의 예술세계가 얼마나 견고하게 구축이 되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워낙 작품이 많으니까 동시다발로 대전, 수원 등지에서 전시회를 가졌으나 내가 관람한 아산갤러리의 전시작품을 소개하겠다.

   <강자의 군림> - 인류가 유일하게 안식할 수 있는 지구를 군사패권적 폭력이 자의로 굴리고 있다. 짚으로만든 인간군상이 지구에서 떨어지지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는 벌써 지구 밖으로 떨어졌다. 가공스러운 풍경이다. 폭력의 얼굴은 지구뒤에 숨겨졌고 연약한 인간들의 몇배로 큰 폭력자의 거대한 두 발이 위협적으로 들어나 있을뿐이다. 평화와 비핵화를 구실로 지구 도처에서 살상을 일삼는 미국의 잔악상을 은유한 작가의 정치적 감각과 시국관이 선명한 우수작이다.

   <아픔을 넘어서> - 가시철망을 자르고 남북의 군중이 올라가고 내려오고 아우성이다. 500개의 짚 인형을 만든 솜씨로 평면화에 설치한 앙증맞은 짚인형의 인간상이 달리고 춤추고 만세부르고 울부짖는 그들의 소요가 귀에 들리는듯 개개의 모션이 어찌나 사실적인지 통일을 염원하는 작가의 열기가 후끈하다.

 <하나된 우리> - 이응로 화백의 통일 염원과 비숫한 분위기이지만 오경덕의 작품에는 개도 춤을 추고 새도 춤을 춘다.  전 우주가 이 민족의 화합을 영광으로 노래하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 - 역사적 시간성을 이제까지의 양식과는 조금 색다른 기하학적 구도로 과거의 질곡에서 현재의 갈등 미래의 희망(파란색)을 낙관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을까.

   <공간> - 지푸라기만의 설치에 유화를 입혔다. 입체감이 마치 우거진 숲속의 새둥지 같다. 고물고물 갓 부화된 새생명이 바깥 세상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신비로움이 피어나는 포근한 경치이다.

   <봉황> - 길이가 몇 천리나 되는 곤이라는 물고기가 봉으로 변했다. 봉이 한 번 날으면 하늘을 덮고 한번 날개짓을 하면 바다가 뒤집히고 한 번 이동을 하면 반년이 지나서야 날개를 접고 땅에 내려 쉰다. (莊子에)두 마리의 뱀이 대결을 하듯 길게 위로 뻗은 봉황의 벼슬이 그러한 괴담을 떠울리게 한다.  신화적이고 샤머니즘적이고 에니미즘적인 작가의 다양한 개념을 한국적 오방색과 토속성으로 형상화한 참으로 환상적인 작품이다.

   <귀로> - 왕겨, 지푸라기 황토로 작업한 새도 농부와 아들과 강아지도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해질녘의 시골 언덕 풍경은 잔잔하고 섬세하고 평화롭다. 작가에게 내재된 서정성이 넘쳐 흐르는  또 하나의 색다른 타입의 작품이다. 쇼팽의 피아노곡과 같은 감미로움조차 느껴지는 작품이다. 인위를 배제한 자연소재는 공주자연미술 ‘야투가 반길 전범적 아이디어이다.

   <고향> - 창의성이 진주알같이 빛나는 독특한  작품이다. 솟대는 나무빛 갈색처리가 상식이다. 오경덕은 고향의 추억을 파란색 솟대로 향수를 메타포했다. 전시실을 둘러보고 나자 김관장은 자신이 소장한 오경덕의 작품을 꺼내와 자랑을 하기에 어깨가 들썩들썩했다.

세월 옛문서   황토, 백토, 지푸라기 인형 4호
지푸라기 인형이 말해주듯 우리민족을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푸라기는 인류문명에 지대한 공을 인간에게 제공해 왔으며 앞으로도 우리 인간에게 끊임 없이 제공할것이다. 평면에서 입체로의 전환, 여러가지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

2007년 1월에 오경덕 소품전을 다시 열 계획이란다. 갤러리에 딸려있는 휴식공간(전통찻집)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갤러리 맞은편 놀부항아리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색동으로 벽지를 바르고 유리를덮은 실내장식이 독특한 음식점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 전 이해가 안갑니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 보면 10명중 8명은 북한의 핵은 우리의 소중한 무기인데 왜 폐기하느냐 일본이 쳐들어오면 그때는 어쩔셈이냐인데 신문이나 방송의 여론은 정 반대이거든요.” 고개를 갸웃했다. 사족을 달았음은 오경덕의 작품 <강자의 군림>을 가슴깊이 새겨야 하기 때문이다.

밝은 미래를 향해 캔버스, 유화, 지푸라기 인형 20호
동물들이 힘차게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것을 표현

주요약력
• 국민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졸업
• 개인전 9회
• 단체전
  충남 도지부전(95, 06), 충남미술제(96,97,99), 예산지부전(05,07)
  공주지부전(99,05,06), 카돌릭회원전(03,04,05,06)
• 초대전
  향토작가(95,97), 카돌릭(04,05,06), 임립미술관(05,06),
  광주 비엔날래(04)
  한,중미술교류전(06), 사우회전(06)
• 공모전
  한국 환경미술대전 입선 (서양화 부문)
  한국 전통미술대전 입선 (서양화 부문)
  한국 한청미술대전 최우수상 (서양화부문)
  한국 공간미술대전 특선 (서양화 부문)
  한국 신 미술대전   대상 (서양화 부문)
  한국 독도 종합 예술대전 대상 (서양화 부문)

현재
• 한국미술협회, 사우회, 대전 가톨릭미술가회,
  한국미술협회 공주지부 회원
  전업작가회, 한.중미술교류 회원
  한국백제미술협회 이사